▲ 유병호기술사는 법원전문심리위원으로서 법원의 건설감정인과 한국소비자원의 건설집단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자신의 회사소속 기술사를 감정인으로 법원에 추천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협회직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모 업체 사장 백모씨(52)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2006년 5월∼2007년 9월 협회 직원(44)에게 자신의 업체 소속 기술사를 감정인으로 추천해달라며 2차례에 걸쳐 모두 500만원을 건넨 혐의다.

백씨는 감정 수임을 늘리기 위해 또 다른 감정사 송모씨(54)와 박모씨(45)의 자격증까지 빌려 총 13건의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정 업체가 협회와 유착하여 감정업무를 독점한 이번 사건은 대부분의 건설감정인들이 자신들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건설소송의 쟁점에 대하여 조사․평가하는 건설감정을 전문가의 사회봉사의 일념으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일이다.

이번사건은 감정인의 선임에 있어 협회나 학회를 통하여 감정인을 추천받는 제도나 변호사들이 복수의 감정인 중에서 선택하는 제도적면을 악용한 사례이다.

따라서, 법원은 특정 업체가 협회와 유착하여 감정업무를 독점한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전문분야에 대한 감정인 등록과 선정을 확대하여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악용될 수 있는 협회나 학회로 감정인의 추천을 의뢰하는 관행과 제도를 재검토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감정은 소송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전문가증언방식이며 건설감정인은 보통 10년이상 건설업무를 경험한 기술사, 건축사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고유업무인 설계, 시공, 감리, 기술지도를 수행하는 것이 건설감정을 수행하는 것보다 전문가로서의 역할과 대우가 월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감정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감정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도전이 심각한 수준이고, 감정인에 대한 법원과 변호사들의 태도는 전문가로써 자괴감 마저 들게 할 경우도 있다.

특히, 건설용어와 감정서 구성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사실조회, 감정인의 지위와 권위를 훼손하여 증인으로 법정에 소환하는 행위, 선투입된 감정료를 재판이 종료되고 나서 지급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어 법원의 건설감정 의뢰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감정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은 이번일을 계기로 학회나 협회로 감정인 추천을 의뢰하는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고, 열악한 상항에서도 성실히 건설감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건설감정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건설감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