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의 건물 신축공사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기울과 벽과 바닥이 갈라지고 무너진다면, 엄청 당혹스럽고 곤란한 일이다. 곳곳의 건물 신축공사로 인해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지는 않지만, 간혹 이런 일들이 생겨 공사하고 있는 건물의 시공사나, 그 옆의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겨울 서울의 녹번동에서는 빌라 8채가 기울거나 담장이 무너지는 등 붕괴 위험에 놓이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0여명의 주민이 대피했고, 현장 복구를 돕던 공무원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새로 빌라를 건축하면서 무리하게 터파기 공사를 진행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되었다.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신축 빌라의 터를 마련하기 위해 흙을 안전 수준 이상으로 파내면서 인근 지반이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부산 중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옆 건물 터파기 공사로 건물이 기울기 시작해, 벽에 고정돼있던 유리창이 벌어지고 바닥도 군데군데 갈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 건물주는 안전진단을 자기 돈 들여 E등급을 받아 공사 중지 명령을 구청에서 받았지만, 이 후 피해 건물주와 시공사간의 민사 소송이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두 가지 사건만 거론했지만, 가끔씩 위와 같은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언론에 실리고 있다.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에 누군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공사 때문에 집이 기울고 벽에 금이 가거나 바닥이 갈라지는 등 내 집의 안전이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 건물이 갑자기 기울어지는 바람에 방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히고, 방바닥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한쪽으로 주르륵 굴러가는 정도라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일을 미리 방지하려면, 자신의 건물 옆 부지에 지하 터파기를 깊이 해야 하는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시공사와 협의하여 사전에 전문가를 동원하여 균열, 기울어짐에 대한 사전계측을 진행해야 한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균열이 발생하고 지반이 침하되고 그 기울기가 변이가 생기는지를 주의깊게 보고 지하수위에 대한 계측도 진행하여 공사 중 지하수위 변동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 지하 터파기 공사 시 지하수위 변동으로 인하여 인접 건물의 균열, 침하, 기울어짐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시공사가 부담하여 사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지만, 잘 협의가 안된다면 건물주 혼자서라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공사가 진행되는 중 동영상이나 사진 같은 증거 자료를 꼼꼼히 수집해 놓는게 좋다. 만약 옆의 공사로 인해 자신의 건물에 균열, 기울어짐이 발생했다고 한다면, 반드시 공사 전과 그 이후의 변동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을 허물고 짓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피해와 이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시공사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이 건물에 대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면밀히 살피고, 공사 중 일어날 수 있는 피해들에 대해 원인을 파악하고 이의 해결을 잘 협의한다면 분쟁을 상당히 줄여나갈 수 있다.